- 본문: 창세기 32장
- 제목: 생각지 못한 상대
I. 한계상황의 불안과 두려움 속 야곱의 반응
창 31장 말미에서부터 라반과 야곱의 결별 후 야곱이 고향 땅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그려진다. 따스하고 마음을 편안케 하는 고향땅이었으나, 야곱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사회적 위치가 잘 자리 잡았으나 과거 자신의 집착하는 마음, 욕심을 따르는 마음이 저지른 큰 잘못으로 도망 나온 야곱. 특히 형의 장자권과 축복까지 빼앗은 야곱은 형과 원수가 되었고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라반의 집에서도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겪은 후임에도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야곱이 귀향길에서 하나님이 사자들을 보여주심으로 동행하심을 나타내신다. 마하나임은 '두 겹의 떼'라는 뜻이다. 그리움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야곱의 마음에 얼마나 위로가 되었겠는가.
그러나 첫 심부름꾼은 4백 인을 거느리고 에서가 야곱에게 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환영인지, 복수인지 알 수가 없었던 야곱은 심히 두렵고 답답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하여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 그럼에도 야곱은 계획을 세워 조치하는 자기 기질을 발휘하여 3가지 조치를 취한다.
1. 가축을 반으로 떼어놓아 전부를 잃지는 않으려 했다.
2. 아브라함과, 이삭의 하나님께 부르짖다. 11절 전후가 핵심인데 하나님의 약속을 상기시키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지켜주실 것을 구하다.
특히 10절은 빈 손을 채우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 성공이 자기 힘으로, 자격으로 한 것이 아님을 고백한다. 야곱은 기질적으로 인간적인 노력과 능력을 발휘하는 데 능한데 그러한 야곱도 돌아보건대 모든 성과와 성취는 하나님 덕분임을 부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속적 계산만으로 미래를 점치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만물의 통치자의 역사라는 절대 변수가 있다.
3. 에서를 위한 큰 선물을 준비한다. 선물을 통해 형의 진노가 풀어지길 바라는데 속죄가 말뿐 아니라 충분한 보상을 하려 했다.
그러한 준비를 다 했음에도, 22절을 보면 밤에 가족을 데리고 강을 건너는데 어두운 상황에서 연약한 식솔을 이끈다. 상식적으로도 굉장히 위험스러운 행동인데 야곱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II. 한계상황 속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도우심 ; 그 백성을 위하여 싸우시는 하나님
이러한 가운데 야곱은 어떤 이가 씨름하였다. 서로의 대결은 치열했다. 그 과정에서 야곱의 상대는 야곱의 엉덩이뼈에 부상을 입히는데 야곱은 날이 새도록 집념으로 붙든다. 결국 그 상대가 야곱에게 놓아달라고 하고 그 대가로 축복하라고 한다. 야곱의 기질적 특성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야곱은 속이는 자라는 뜻의 이름이었으나, 이스라엘 곧 하나님이 싸우신다는 뜻의 이름으로 바뀐다.
그 상대는 누구인가? 후속 말씀에서 하나님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날이 새서 야곱이 하나님의 얼굴을 보아 죽음을 겪지 않도록 자리를 피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싸움의 양상을 보자. 결정타는 하나님이 동등한 조건을 넘어서 그 능력을 보이신 것인데 그럼에도 야곱이 지지 않았다. 야곱이 이긴 것 같은데 역설적이게도 하나님은, 하나님이 싸운다는 메시지를 주신다. 야곱은 이제까지 진 적이 없다. 에서도, 이삭도, 라반도 졌고 좀 전에 하나님과 싸워서도 이긴 셈이다. 이제껏 자기 힘으로 싸워 이겨온 야곱이나, 그의 생애는 하나님의 계획에 부합하는 모습이 아닐 때가 많았다. 야곱은 자기 힘을 다시 경험했지만 여전히 불안과 두려움이 해결되지 않는 한계상황이었다.
그런 야곱에게 하나님이 주신 메시지, 곧 하나님이 싸우시겠다는 메시지는 정말 야곱에게 필요했던 것이다.
III. 결어 -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꾸는 가운데 경험하게 되는 동행
교회는 다니지만... 내 힘만 의지하는 삶은 언제든 불안할 수 있다. 결코 참된 평안이 있기 힘들다. 하나님이 싸워주시는 삶, 하나님께 의지하고 하나님을 초대하는 삶에 진정한 승리와 평화가 있다.
다만, 이를 아는 것만으로 내 삶이 되지는 않는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신경쓰고 가꾸도록 노력하라. 그 끝에 나와 함께 하시고 나를 위하여 싸우시고 계신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