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창세기 38장
- 제목: 삶이란, 험악한 것
I. 언약 백성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과정
요셉이 팔려간 이후 바로 그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 형제 유다 이야기가 있다. 전체 스토리는 야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유다가 형제, 언약 백성의 정체성을 떠나 가나안 이방 민족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 유다는 이방 여인과 결혼하는데 "보고, 취했다"는 표현을 보더라도 즉흥적인, 성욕에 의한 일이었음을 암시한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아들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굉장히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아내를 찾으려 했다. 결혼은 이처럼 중요한 문제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는다.
하나님이 정한 원칙, 전통을 버리고 자기 욕정에 따라 선택하는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 가정 안에서 아이 셋을 낳는데 이후 장자의 아내, 다말을 데려 온다.
그런데...
장자가 죽는다. 하나님의 심판에 의한 것이었다. 원인은 자세하지 않으나 둘째 아들 오난이 죽는 과정에 쓰인 하나님의 분노에 대한 표현과 유사한 점을 볼 때 비슷한, 성적 타락에서 연유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다의 가정이 생명의 근원 되신 하나님과 분리되고 있다.
II. 성적 타락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비참한 결과
특히 성적인 타락에 대한 하나님의 관점은 아주 무섭다. 피할 길이 없는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참된 것을 잘 배워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고, 벌어진 경우 하나님 앞에 철저히 참회하여야 한다. 그러지 않을 때 죄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그 비참한 열매가 맺히게 된다.
오난은 수혼제도에 따른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여 죽게 되었다. 당시 이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미션을 이루기 위한 수단적 제도였는데 이를 의도적으로 거부한 것이었다. 게다가 과부가 되어 비참한 처지에 놓인 형수를 그마저도 자기 욕정의 수단으로 삼은 오난의 행동은 사랑과 배려, 섬김의 책임이 있는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볍게 내던지는 것이었다.
이를 하나님은 악으로 규정했다.
유다는 셋째까지 죽을까봐 다말을 외면해버린다. 그런데 이후 아내가 죽고 나서 창녀를 찾는 유다의 모습은 그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었고 성욕에 대한 제대로 된 통제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아들의 성적 타락과 심판이 유다의 영향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고, 유다가 자녀들의 심판을 보고도 여전히 눈과 귀가 하나님께 향하지 않은 채 욕정의 노예상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말이 택한 방식은 결코 정상이 아니었으나 당시 가나안 민족 수준에서 자기 운명을 바꿔 유다의 혈통에 연결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화대와 그 담보에 대한 계산적인 협상이 이뤄진다. 다말은 나름 가볍지 않은 담보를 요구하는데 유다는 눈이 이미 어두워져 다 내놓는다. 부끄러운 역사 끝에서 쌍둥이가 태어난다.
III. 끝없이 비참하고 험악한 인생 속에서 이루시는 하나님의 반전
유다의 인생은 어떠한가.
자녀들의 죽음.
아내와 사이에 의미가 옅어진 결혼생활.
며느리와의 불륜.
아들인지, 손자인지 모를 후손의 탄생까지...
험악한 인생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의 삶에는 험악한 경험이 있다. 죄의 영향, 악의 영향이 있다.
물론, 이 모습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유다는 이후 자기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고 책임을 진다. 하나님은 이를 주목하셨고 은혜의 역사에 이 사건을 연결시키신다. 하나님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선한 계획과 반전의 역사를 이뤄 가신다.
유다의 혈통에서 다윗이 태어나고, 그 이후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는 반전.. 그리스도는 죄의 한 복판에서 태어나신다. 결국, 유다와 다말은 예수님의 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죄를 해결하기 위해 죄 가운데 오신 하나님. 소망 없는 세상이기에. 그 안에 사는 우리 삶이 험악한 인생이기에 이 가운데 찾아오신 하나님의 모습이 더욱 찬란하다.
하나님의 은혜, 그리고 그 백성이 돌이켜 책임지는 모습이 함께 할 때 하나님 역사에 백성의 삶이 연결된다. 삶이 변화된다. 죄를 철저히 자백하는 것, 돌이키고 하나님을 다시 바라보는 것,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이처럼 은총과 지혜의 하나님 손에 삶을 내어드리는 고귀한 결단이다.